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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이야기

2025년 3월 26일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그 시작은 아카데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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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동문들이 서로의 경험과 Pathway에 대해 솔직하게 나누고, 공감하는 행사인 Super Nice aLumni(SNL)행사의 시즌 2가 지난 3월 열렸어요. 이번 시즌에서는 싱가포르,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접속한 네 명의 동문이 함께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예요. 아카데미 이후, 커리어 Pathway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 유학, 연구, 이직, 첫 취업. 어쩌면 각자의 선택은 아주 달랐지만 그 출발점에는 아카데미에서 보낸 그 1년이 있었어요. 지금 커리어 고민 중이라면 이 네 사람의 이야기가 꽤 현실적인 힌트가 되어줄지도 몰라요.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 메이브 : 지금은 싱가포르에 있는 대학에서 일하고 있어요. 티칭팀이라고 해서 강의 서포트하고 워크숍 기획 같은 것도 같이 하고 있고요. 디자인이나 인간공학 쪽 수업을 많이 다루고 있어요.

  • 오즈 :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무리 중이고 이번 가을부터는 조지아텍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 베리 : 저는 일본 도요타시 근처에 있는 도요타 보쇼쿠에서 UX 플래너로 일하고 있어요. 소속은 스페이스 비전 엔지니어링이라는 부서인데, 공간 경험과 미래 기술을 기획하는 팀이에요.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과 협업 중이고 구성원 모두를 엔지니어라고 부르는 문화가 있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저도 회사에선 엔지니어예요. 처음 이 부서에 배정됐을 땐 당황도 많았죠. 미래 기술 기획팀이라 자동차, 특허 기술, 자율주행 같은 낯선 분야가 많았거든요.

  • 조니 : 저는 이번 4월부터 일본의 IT 회사인 GMO 페파보에서 신입 개발자로 일하게 됐어요. 본사는 가고시마에 있지만,입사 1년 동안은 도쿄에서 연수를 받아요. 연수 기간 동안 여러 기술과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고, 그중 마음에 드는 분야를 선택해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될 예정이에요.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 메이브 : 싱가포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네트워킹하는 문화가 진짜 강한데 아카데미에서 커피챗이나 줌으로 만나 대화하는 것들을 많이 해봐서 적응하기 편했어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디자인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에요. UX나 UI 디자인 워크숍도 하고 인간공학 워크숍도 하고요. 유학을 하면 언어 장벽 외에도 교육 방식의 차이 같은 문화적인 장벽이 있는데 아카데미의 교육 흐름 자체가 그걸 미리 익힐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교육 설계의 큰 흐름을 미리 경험해보니까 어느 나라에서든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 오즈 : 저는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접근성(Accessibility)이라는 주제를 접했어요. 그때의 경험이 워낙 인상 깊어서 지금까지도 그 주제로 계속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어요. 특히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에 더 깊이 들어가다 보니 아카데미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인상을 받게 됐어요. 한국에서는 HCI가 주로 디자인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는 반면, 미국에서는 컴퓨터 과학 안에서 시스템 설계나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 같은 기술적인 분야와도 연결돼서 연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인상이지만 아카데미에서 그런 관점의 차이를 직접 체감했던 게 제가 연구 주제를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 베리 : 원래 저는 시각디자인 쪽을 주로 해왔었는데 아카데미에서 기획도 하고 개발도 같이 하면서 전체 프로덕트에 대한 시야가 확 넓어졌어요. 지금 회사에서는 디자이너여도 엔지니어라는 말을 써요. 자동차라서 기계 구조나 공학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아카데미 덕분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졌고 그게 도움이 되고 있어요.

  • 조니 : 아카데미에서 매번 “왜?”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세션, 멘토링, 챌린지와 같은 아카데미에서의 순간들에서 계속 스스로에게 왜 그 선택을 했는지 고민했어야 했고요. 그게 지금도 제 사고방식에 남아 있어요. 문제를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건 왜 이렇게 되어 있지? 라는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아카데미를 마치고 해외로 나가게 되었어요. 그 결정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 메이브 : 전 막연히 언젠가 해외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어요. 그런데 뭔가 타이밍이 잘 안 맞았고 학부까지는 한국에서 졸업했기 때문에 대학원은 언젠가 꼭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확신이 생겼고 ‘나는 공부가 더 잘 맞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됐어요. 그 타이밍에 맞춰 싱가포르 대학원의 1월 학기를 알게 되었고 아카데미 안에서 준비해 지원했고 바로 가게 됐어요.

  • 오즈 :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 저는 이미 브라운대학교에 합격해서 해외 진학을 결정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직접 프로젝트를 해보거나 사람들과 함께 협업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실전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입학을 1년 미루더라도 아카데미에서 그런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아카데미를 마친 뒤에 해외로 나가기로 결심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이 결정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아카데미는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어떻게 기획하고 실행하는지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었거든요. 그 시간이 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정말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었습니다.

  • 조니 : 사실 아카데미 다닐 때까진 해외 취업을 진지하게 고민하진 않았어요. 그러다 8월 방학 때 일본 가고시마에 잠깐 다녀왔는데 예전에 교환학생으로 짧게 지냈던 곳이라 그런지 정서적으로 깊이 와닿았어요. 마침 괜찮아 보이는 회사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지원하게 됐고 일본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테크 멘토 영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 베리 : 사실 전 딱히 준비된 건 없었고 주변 친구가 추천해서 일단 넣어봤어요. 언어나 환경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던 편이라 큰 고민 없이 지원했던 것 같아요. 그게 운 좋게 인턴십으로 연결됐고 실제로는 거의 정직원처럼 현지에서 7개월 정도 일하게 됐어요.



문화가 다른 팀에서 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 조니 : 입사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다양한 배경의 동기들을 만났는데, 처음엔 어색했어요. 서로 배경도 다 다르고, 문화도 달라서 쉽게 말 붙이진 못했죠. 그런데 이후에 셋이서 카페에서 몇 시간 이야기 나눴는데, 생각보다 잘 통했고 재밌었어요. 각자의 관심사나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많이 가까워졌어요.

  • 베리 : 회사 안엔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이 있어요. 팀 내에서 전체 작업을 총괄하는 리더격인 분들은 일본인이 많고 실무진엔 인도, 유럽, 스리랑카, 중국, 한국 등 정말 다양해요. 다만 일본은 기본적으로는 위계와 룰이 확실한 문화라서, 협업도 각자 맡은 파트를 정확히 나누고 책임지는 방식이에요. 미팅은 많지 않고 각자 작업한 걸 리더가 조합하는 식이에요.



외국에서 친구 사귀는 건 어땠어요?

  • 조니 : 동기 중에 중국, 일본, 영국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있어요. 문화가 너무 달라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서로 이야기 나누다 보니 금방 가까워졌어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공감대가 빨리 생기더라고요.

  • 베리 : 일본어를 못해서 일본인 친구는 아직 없지만 회사에 저처럼 일본어 못하는 외국인 동료가 많아요. 인도, 유럽, 중국 등 국적이 다양해서 글로벌 커뮤니티 안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일본인 친구도 사귀고 싶어서 회사 내 또래 모임에도 나가볼까 고민 중이에요.



아카데미에서의 나는 어떤 러너였나요?

  • 메이브 : 저는 Apple의 디자인 전문가 Joel이 진행한 디자인 아워를 정말 좋아했어요. 거의 빠지지 않고 들었고 아카데미 첫 날 들었던 “Trust the process”라는 말 하나만 믿고 열심히 따라갔어요. 원래 UX 리서처였던 제가 UI 디자인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부족했고 불안함도 컸어요. 그런데 계속 세션에 참여하면서 피드백 받고, 사람들 앞에서 제 작업을 공유하다 보니까 점점 나아졌던 것 같아요. 아카데미를 통해 커뮤니티 안에서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많이 키운웠어요.

  • 오즈 : 저는 처음엔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았던 러너였던 것 같아요. 브라운대학교에 합격한 상태였지만 꽤 오랫동안 그 사실을 주변에 말하지 않았어요. 괜히 기대만 키우고 혹시 실망을 안기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도전하거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각보다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카데미에서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러너들과 함께 부딪히고 멘토분들과 진심 어린 상담을 나누면서 점점 달라졌어요. 성과보다 배움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됐고,그 과정에서 저 자신을 더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쌓인 시간 덕분에 제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고 이제는 스스로를 더 믿으면서 나아갈 수 있게 됐다는 걸 느껴요.



아카데미에서 "이건 나만 해봤을 거다!" 하는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 메이브 : 저는 트렁크에 항상 캠핑 의자를 싣고 다녔어요. 시간이 나면 러너들과 함께 의자 들고 바깥에 나가서 잠깐 앉아있었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짧은 휴식이 오히려 팀 챌린지 중에 큰 숨 돌림이 되기도 했고요. 지금도 되게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에요.

  • 오즈 : 저는 아카데미 안에서 자발적으로 영어 세션을 열었어요. Apple 전문가들과의 세션이나 멘토링이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러너분들도 계셨거든요. 모두가 같은 교육 기회를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 처음엔 팀 내 몇 분과 가볍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점점 참여 인원이 늘어나면서 20명 넘게 함께하게 됐죠. 세션 중에 주요 내용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거나 끝나고 함께 정리하며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Apple 스페셜리스트와의 커피챗 자리도 따로 마련해서 영어로 대화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봤어요.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덕분에 저도 그 준비 과정이 정말 보람 있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아카데미에서 가장 크게 남은 건 무엇인가요?

  • 메이브 : 인연이에요. 싱가포르엔 진짜 혼자 왔어요.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 아카데미에서의 스몰톡, 커피챗, Zoom 속 짧은 인사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을 놓치지 않았던 경험이 여기서 너무 도움이 됐어요. 지금은 그때 Zoom에서 인사만 나눴던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고 친구가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링크드인 주세요!”를 입에 달고 살아요. 어쩌면 진짜 기회는 그런 작은 연결 안에서 시작되는 거더라고요.

  • 오즈 : 저는 도전과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해외에서 공부하다 보면 가장 크게 느끼는 압박 중 하나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에요. 실수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고 나라는 사람을 계속 증명해야 할 것 같은 마음도 들고요. 그래서 때론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서 도전을 망설일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카데미에서는 그런 부담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결과보다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걸 배웠고 실패를 겪으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 요즘은 스스로 자주 되새기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 “부족함을 채우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이 말이 저를 지탱해주고 계속 도전하게 만들어줘요.

  • 베리 : 저도 예전엔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이면서 또 ‘나는 이런 것밖에 못 해’라는 생각을 드문드문 했었어요. 아카데미에서 여러 도전을 해보면서 내가 생각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고 지금처럼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들어가도 ‘배우면 된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논쟁도 많이 하고 제 의견을 내면서 알게 됐어요. ‘아, 내가 가진 것도 많구나.' 그리고 '이게 맞다고 밀고 나가도 되는구나.’ 저는 아카데미가 그런 용기를 준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일이든 사람 관계든 확신 있게 말해보는 것에서부터 많은 게 열리더라고요.

  • 조니 : 사실 구체적인 스킬보다 커리어를 스스로 고민하는 힘을 키운 게 컸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뭔가에 도전하기 전에 걱정부터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전하고 나서 걱정하자.” 어차피 같은 걱정을 하더라도 시점이 달라지면 마음가짐도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저 자신에게 미리 무덤을 파두는(?) 방식으로 움직여요. 던져놓고 그다음에 걱정하면서 닦아가는 거죠. 그게 아카데미에서 얻은 제 방식이에요.






이번 SNL에서는 다른 나라, 다른 환경, 다른 고민 속에 있는 네 명의 동문들이 아카데미 이후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았어요. 누군가는 여전히 방향을 찾고 있을 거고 누군가는 이제 막 새로운 걸 시작했을 수도 있어요. 4인 4색 네 명의 동문 이야기가 그 고민의 한가운데에서 조금은 가벼워지는 계기가 되었길 바라요. 다음 시즌의 SNL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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