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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비건 위한 '착한' 앱 쏟아진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2022년 12월 12일

동아사이언스 - 이영애 기자

포스텍에서 개발자를 양성하는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1기 수료식이 개최됐다. 수료생들은 지난 9개월간 직접 개발한 앱을 발표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각장애인 천체관측·소아 사시각 측정 등 착한 앱이 대거 쏟아졌다.

12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개발자를 양성하는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1기 수료식이 개최됐다. 190명의 수료생들은 지난 9개월간 직접 개발한 앱을 발표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하듯 검은 수트를 입은 발표자가 앱 하나가 띄워진 화면 한편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12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열린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수료식' 현장에선 9개월 간의 열정이 겨울 추위를 녹였다.

 

"사람들이 만나면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서로의 흥미를 공유하는 과정이 이뤄집니다. 서로 친해지는 과정을 게임으로 만들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 앱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애플은 지난 3월부터 9개월간 포스텍과 협업해 190명의 개발자들에게 코딩 전문 역량부터 디자인·마케팅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애플과 포스텍이 개발자, 중소기업,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서로 친해지는 과정을 게임 앱으로 개발한 주인공은 '니어캐치' 팀이다. 이 팀의 이준영 개발자는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를 이용해 직접 개발한 실시간 대면 소통 앱을 소개했다. 앱 안의 캐릭터인 '니어캣'에게 개인정보와 관심사를 알려주면 주변의 인물을 탐색해 나와 관심사가 맞는 사람을 매칭시켜준다. 게임을 즐기는 동안 실제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니얼바이 인터랙션'이라는 두 기기 간 거리를 측정해주는 애플의 기술을 활용해 구현했다.

 

전 세계 17곳에서 운영 중인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올해 3월 1기가 처음으로 시작됐다. 190명의 참가자들은 9개월간 코딩은 물론 디자인, 앱 비즈니스 마케팅 등을 포괄적으로 배운 뒤 마지막 프로젝트에서는 실제 창업을 하듯 팀을 꾸려 앱을 개발했다. 이날은 이들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시각장애인 천체관측·소아 사시각 측정 등 착한 앱 대거 쏟아졌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총 31개 팀이 개발한 앱이 공개됐다. 자신에게 맞는 춤 스타일을 찾아주는 앱이나 커플 데이트 코스를 공유하는 앱, 배달 컨셉의 액션 게임 앱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소외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착한' 앱이 다수 눈에 띄었다.

 

박준혁 개발자를 포함한 7명으로 이뤄진 타스 팀이 개발한 스페이스 오버도 그중 하나다. 앱을 켜고 이어폰을 꽂으니 카메라의 빈 화면에 행성 아이콘이 뜨며 행성에 대한 소개가 들려왔다.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의 위치와 방향을 기반으로 태양계 행성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시각장애인 모드로 전환하면 대체텍스트로 변환도 가능합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하는 우주의 소리를 이용해 행성의 형태를 보기 힘든 시각장애인들이 천체를 느낄 수 있도록 앱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그 소리를 기반으로 배경음악도 저희가 직접 제작했어요. 음악을 전공한 팀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행성을 클릭할 때마다 우주에서 들릴 법한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를 위해 모인 190명의 학생들은 '앱 개발'이라는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지만 디자인, 음악, 생명공학 등 세부 전공은 모두 다르다.

 

아이쿠 팀의 김제성 군은 소아의 동공 각도를 측정해 사시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발표했다. 김 군은 "소아 사시는 일찍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손상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림막 검사를 통해 가정에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눈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응시한 뒤 한쪽 눈을 가렸다 뗐을 때 반대쪽 동공이 흔들리면 사시로 진단한다. 아이쿠 팀은 애플의 증강현실 기술(ARKit)을 적용한 앱으로 동공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사시 각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군은 "어린아이들이 사시 여부를 빠르게 진단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지금 적용된 기술이 안구특화 기술은 아닌 만큼 더 정교한 기술로 앱의 정확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오프라인 만남 앱 '베프(VEF)'도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베프는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 간 모임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앱이다. 채식과 관련된 행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앱 개발자이자 채식주의자인 강은비 개발자는 "포항에 내려와 있는 동안 채식주의자를 단 한 명 만났을 정도로 숫자가 적다"며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교류할 사람이 없어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함께 앱을 개발한 최동군 개발자는 "(채식주의자 숫자가 적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이라도 채식을 하는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채식 문화에 기여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1기는 전체 지원자 200명 중 190명이 수료할 정도로 참여율이 좋았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마이핀테크 서비스 장관상 수상자와 월드와이드 디벨로퍼 콘퍼런스 2022의 학생 챌린지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의 성과도 냈다. 다음 기수인 2기 지원도 마감된 상태로 1월 말 선발을 앞두고 있다.

 

고든 슈크윗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총괄 디렉터는 "아카데미를 수료한 참가자들은 기업과 연계에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거나 2년차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지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2년차 프로그램은 일종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이 직접 만은 앱을 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가도록 돕는다. 1기 수료생 중 4개 팀이 2년차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슈크윗 총괄 디렉터는 이번 쇼케이스에 대해 "첫 번째 기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며 "브로셔를 만들거나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 것을 보고 한국 참가자들이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존 서 애플 오퍼레이션 총괄은 "동아시아 최초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와 세계 최초 제조업 R&D 센터를 통해 계속해서 한국의 중소기업과 교육 산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딩은 지역사회와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언어"라며 "수료생들이 만든 성과는 전 세계 미래 기술을 구축하는 데 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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