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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픽한 韓 학생 프로그래머…"따뜻한 시선을 가진 개발자 될 것"

2024년 6월 25일

뉴시스 - 윤현성 기자

애플 스위프트 챌린지 우수수상자 뽑힌 장지아 한국외대 학생,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시계 앱 개발…
애플의 '접근성' 가치 구현 호평
"팀 쿡의 '행운 기원' 응원에 동기부여

[서울=뉴시스] 윤현성 기자 = "개발자 하면 '딱딱하다', '기계적이다' 하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들이야 말로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따뜻한 시선을 가진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인생 첫 앱이 애플의 선택을 받고 팀 쿡 CEO까지 만나는 기회를 얻게 됐는데, 엄청난 동기부여를 받은 것 같아요."


애플이 전세계 차세대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에서 올해 50인의 우수 수상자로 선정된 한국외국어대학교 장지아 학생(스칸디나비아어과 18)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개발자로서의 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장지아 학생은 경증 시각장애인들이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자시계 앱 '타임 투 닷(Time to Dot)'을 개발해 애플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애플이 추구하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사용하기 쉬운 앱이라는 정체성을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장지아 학생은 "제가 처음으로 개발한 '인생 첫 앱'이 이 정도의 결과물을 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장지아 학생의 타임 투 닷 앱은 매우 단순한 UI(이용자 환경)로 구성돼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경증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앱인 만큼 점자 숫자로 이뤄진 시계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형태다. 화면 상단의 버튼을 꾹 누르면 시계 알람 설정도 가능하고, 처음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음성으로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기능도 담겼다.


장지아 학생은 본인의 경험에서 착안해 '타임 투 닷'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저도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특히 잠에서 깨고 시계를 보려고 할 때 가장 불편함이 컸다"며 "시력이 정상인 분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전자시계는 화면이 크더라도 전체적 틀이 다 똑같은 사각형이다 보니 시력이 나쁘면 6과 9, 5와 8 등의 숫자가 제대로 구분이 안된다. 또 시각장애인 분들 중에는 점자를 잘 알고있는 분들이 많다는 점에서 숫자 대신 점, 그리고 시인성이 가장 좋다는 노랑색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지아 학생은 애플이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 우수 수상자 50명을 세계개발자회의(WWDC24)에 초청해준 것이 개발자로서의 진로에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관심을 갖고 있던 가치인 모두를 위한 '접근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팀 쿡 애플 CEO와의 짧은 만남도 커다란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서는 "팀 쿡 CEO가 수상 축하와 함께 '앞으로도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며 응원을 해줬다"며 "행사 현장에서의 만남이었던 만큼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팀 쿡 CEO에게 절 소개하고 응원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고 강조했다.


장지아 학생은 대학을 다니며 자신의 적성을 찾는 과정에서 코딩과 같은 개발자의 업무가 자신에게 가장 잘맞는, 재밌는 일이란걸 알게 됐다고 소회했다. 이번 애플과의 접점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개발자의 길을 걸어나간다는 포부다.


그는 "처음으로 코딩을 했을 때 너무 재밌어서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코딩만 하기도 했었다"며 "타인에 대한 공감, 주변에 대한 관심이 선행돼야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저도 이처럼 '따뜻한 시선을 가진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지아 학생과의 일문일답.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재학 중 앱 개발로 뛰어든 게 눈에 띈다. 이같은 진로 선택, 또 애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전공 공부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다가 다양한 일들을 체험해봤는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해커톤을 나가게 됐다. 그때 팀원으로 함께 했던 개발자 분들이 개발자 진로를 추천해주셨다. 한창 직무 고민을 해보던 때라 도전해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하루종일 밥도 안먹고, 잠도 안 자고 코딩만 할 정도였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거였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다. 처음에는 진입장벽이 조금 낮은 웹개발로 시작했다가, 이후 모바일 앱 개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신청, iOS 개발 등을 하게 됐다. 그리고 애플의 개발언어인 '스위프트(Swift)'도 공부할 겸, 동기부여도 할 겸 대회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까지 나가게 됐다."

-점자시계 앱 '타임 투 닷'을 개발해 우수 수상자로 뽑혔다. 앱 개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처음엔 정말 아이디어 구상이 안됐었다. 어느 날 아이템 고민 중 잠이 들었는데, 눈이 안좋아서 잠에서 깼을 때 시계가 잘 안보이는 제 고질적 문제가 나타났다. 이때 '나도 이렇게 불편한데 다른 저시력자들도 같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착안하게 됐다. 시력이 정말 안좋으면 비슷한 사각형 틀에 맞춘 전자시계 숫자들이 아무리 커도 구분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숫자 대신 시각장애인들이 이미 익숙한 점자로 시계를 만들었고, 색깔의 경우에도 노랑색이 가장 시인성 높은 잘보이는 색이라고 해서 차용했다. 원래는 점자에 진동 기능까지 넣어 중증·경증 시각장애인 모두를 위한 앱을 계획했는데 이번 대회 조건이 '아이패드용 앱'이라 아직 진동 기능은 못 넣었다. 애플 개발팀에게 받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아이폰용으로도 더 구현하려고 한다."

-첫 개발 앱이라 더 애정이 깊을 것 같다. '타임 투 닷' 앱을 더 자랑해본다면?


"다른 우수 수상자 분들의 앱도 정말 멋진 게 많은데, 제 앱의 최고 장점은 정말 간단하다는 점이다. 누가 써도 정말 쉽다. 개발 후 저희 가족들이 한 달 동안 실제로 써봤는데도 빠르게 적응됐다. 점자 시계라는 점에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숫자 점자는 정말 쉽다. 타임 투 닷을 통해 오히려 점자를 모르는 사람들도 점자를 알게 되는 효과까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수 수상자로 뽑히며 애플 WWDC24에도 다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일단 저희 우수 수상자들만이 아니라 행사에 온 모든 사람들에게 신경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단순히 '행사 와서 구경해' 정도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가치관에 맞는, 원하는 걸 경험하게 해주려고 했다. 저도 점자시계 앱의 디자인 피드백을 받고 싶다고 신청서에 썼는데, 단순히 디자이너만 소개해주는 게 아니라 실제 시각장애를 가진 애플워치 점자시계를 개발한 분을 연결시켜줘 1대1로 한참 동안 대화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WWDC24 행사에 참여하며 팀 쿡 애플 CEO와도 만났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사실 공식 일정으로 만난 건 아니라서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 우수 수상자는 별도의 출입증과 배지를 달고 다녀야 했는데, 그 상태에서 사람이 별로 없는 행사장에서 팀 쿡 CEO와 만나게 됐다. 제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팀 쿡 CEO도 이를 알아보고 대화를 하게 됐다. 팀 쿡 CEO가 대회 수상을 너무 축하한다고 하면서 또 앞으로도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며 앞으로의 진로를 격려해주기도 했다. 팀 쿡 CEO의 등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팀 쿡 CEO에게 저를 소개하고, 그가 절 알아봐주고, 응원을 해줬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인생 첫 앱으로 사실상 세계 50위 안에 든 셈이다. 앞으로도 앱 개발자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나갈지 향후 포부가 있다면?


"현실적 목표와 추상적 목표로 나뉠 것 같다. 대학생인 만큼 당장의 목표는 취업인데, 애플에게 상을 받았다 해서 제 앞에 당장 꽃길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도전해보면 되는구나'라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계속 앱 개발을 해보면서 향후 실제 이용자가 있는 서비스에 기여해보는 게 현실적 목표다.
추상적 목표는 현재 다니고 있는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서도 많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이 많다. 이번 WWDC에서도 기억에 남는 게 애플의 개발자들이 가장 강조한 것이 '공감'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개발자들은 다 T야' 같은 유머가 있지만, 사실 개발자들은 논리적인 건 기본이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있어야 이용자들이 필요한 걸 알아갈 수 있다. 결국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주변에 대한 관심이 선행돼야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따뜻한 시선을 가진 개발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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